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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으로살기/여행

[제주여행] 2017년 새해 첫날_제주도 카카오택시와 응급실의 추억

by 발큰신데렐라 2017.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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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에서 보는 해돋이를 보며 2017년 새해를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에 11월말 야근 중 친구와 조금은 충동적으로 12월30일 제주행 비행기를 구매했습니다. 2016년 새해를 함께한 친구이기도 하고 여행도 자주 함께 했던 친구인지라 급하게 결정된 여행 이었지만 전혀 걱정이 없었죠. 그렇게 결정된 제주도 여행의 목적은 단 두개 뿐이었습니다. [먹방]과 [해돋이]. 하지만 이번 저희 제주도 여행은 둘중 그 무엇하나도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제주도 여행의 교통수단은 버스를 이용한 대중교통과 버스편이 여의치 않다면 택시를 이용한 이동으로 정했습니다. 친구와 저는 면허 소지자지만 10년 장롱면허인 친구와 밤 운전을 한차례도 해보지 못한 초보운전자인 저와 단 둘이 떠나는 여행이었고 재작년 여름에 이미 버스만으로도 5박6일 제주도 여행을 무사히 마쳤던 지라 [버스여행]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단지 해돋이를 보러 갈 때 택시를 예약할 수 있는지. 예약이 어렵다면 성산일출봉에서 전야제를 보며 밤을 새야 할지에 대한 고민뿐이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걱정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기 보다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되도록 자세히 서술하는 편이라 여행의 순간을 조각내서 쓰는 편인데 이번 여행은 별다를게 없어 여행의 시작과 끝을 모두 한번에 작성했습니다. 제목 처럼 [먹방]과 [해돋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주도 카카오택시]와 [응급실]에 대한 이야기뿐이라서요.


1.     여행의 시작 

2017년 새해를 성산일출봉에서 맞이 하겠다는 일념으로 출발한 우리는 30일 오후 비행기로 제주도에 도착했습니다. 5시 도착 비행기였고 유달리 날이 좋아 하강하며 제주도의 경치에 감탄했습니다.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시점에 도착한 제주도라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부터 설렜습니다.  

도착하여 첫 끼는 신선한 제주도 해산물로 정했고 공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문어숙회와 소주로 제주도 먹방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문어숙회와 함께 곁들여 먹은 해산물덕분에 진짜 소주가 달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쫄깃한 문어숙회를 사장님이 직접내린 참기름에 찍어서 미역줄기와 먹으니 신선한 바다향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소주 한병을 친구와 나눠 마시고 따뜻한 음식을 찾아 두번째 목적인 [전복김밥]으로 갔으나 [식재료가 소진되어 판매하지않는다]는 안내문구를 보고 절망했습니다. 혹시 찾아가실 분은 조금 일찍 가시거나 미리 연락을 해보셔야 할 듯 합니다. 

시간이 늦어지니 제주도 바람이 매섭게 느껴지며 정말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하지만 버스가 예고했던 시간에 맞춰 도착했기에 크게 어려움 없이 숙소까지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Tip  제주도의 버스는 탑승시점에 도착지를 얘기해주셔야 합니다. [김녕이요.][성산이요.] 라고요. 시외버스는 이동경로에 따라 버스비가 결정되는데 승하차 시 자동계산 되는 게 아닌 승차시점에 결정된다고 합니다. 서울 버스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만약 경로가 변경되었다면 기사님께 다시 말씀 드리고 차액만큼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Tip  제주도 버스는 버스정거장에서 시간표를 보고 기다리다 타도 좋지만 가장 베스트는 어플을 이용해 이동하고자 하는 경로에 버스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제가 사용한 제주도 버스 어플은 다음지도 어플입니다. 다음지도 어플에서 서울에서와 마찬가지로 제주도에서 타고자 하는 버스번호를 검색한 뒤 조회하면 됩니다. 어플이 알려주는 시간에 가장 정확하게 제주도 버스가 도착합니다. 다른 어플들도 있지만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웹에서 검색해서 바로 확인할 수도 있고 서울에서와 마찬가지로 버스 경로에 따라서 버스가 이동도 보이기 때문에 굉장히 편리합니다.

김녕 해변가기 전에 있던 저희 숙소(플라이진하우스)는 버스에서 내려 3~5분가량 걸어들어가야 했지만 하늘의 별도 예뻤고 길이 잘 나있어 그다지 멀리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밤에 혼자 걷게 된다면 좀 무서울 것 같긴 합니다. 숙소 컨디션은 좋은편이었습니다. 조용했고 깨끗하고 따뜻했습니다. 

워낙 추위에 떨며 왔기에 숙소 도착하자마자 씻고 가요대상과 연예대상을 보며 밤시간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이날까지만 하더라도 여행 시작이 너무 만족스럽다며 행복해 했었죠.

 

2.     연말의 제주도 택시 

김녕의 플라이진하우스는 볕이 정말 잘 드는 숙소였고 난방시설이 좋아 따뜻하고 편안했습니다. 아침에 준비하면서도 콧노래가 절로 나왔었어요. 31일은 밤을 샐지 몰라 여유롭게 출발했습니다. 사실 1월1일 새벽에 식중독 증상으로 응급실에 실려갔기 때문에 31일날 먹었던 식당들과 음식들은 후기를 남기지 못합니다. 

다만 아침과 점심도 굉장히 맛있게 먹었고 후기로 케이크와 차도 마셨으며 바다 바람을 맞으며 걸었던 길들이 무척 좋았고 지나가다 사먹었던 귤도 달고 맛있었습니다. 해기 지기 직전까지 버스로 이동했는데 거의 대부분의 버스 기사님들이 친절하셨어요. 31일부터 날이 풀려 정말 초봄 같은 따뜻한 날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 생각해보면 날이 너무 따뜻해서 음식이 갑자기 상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녁에 먹었던 음식이  문제였던 것 같은데 사실 정확한 것은 아니라서 둘째날 먹었던 음식은 언급하기 어렵습니다. 저녁까지 모두 마치고 난뒤 성산일출봉에 가기전에 인근의 맥주집에서 조금 늦은 밤까지 약간의 맥주를 한잔씩 나눠 마셨습니다. 낮에 잠시 들렀던 김영갑갤러리에서 구매한 엽서에 서로에게 편지를 쓰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까진 매우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친구가 몸이 좋지않다며 오늘은 숙소에 돌아가고 내일 새벽에 택시를 타고 성산일출봉으로 가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새벽에 택시 잡기 여의치 않을 것 같았지만 사실 저도 컨디션이 별로라 수긍하고 숙소에 돌아가기 위해 근처 콜택시 업체에 전화를 했습니다. 밤을 샐 생각이었기때문에 숙소와 반대방향의 성산행 막차 시간만 계산하고 있다보니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생각지 못했고 그렇게 막차를 놓쳤거든요.

하지만 저희가 간과한게 있었죠. 31일 저녁 10시엔 이미 대부분의 제주도 콜택시 회사는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다른 저녁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31일 밤에는 주변의 그 어떤 콜택시 업체도 전화 연결이 되어지진 않더라구요. 

마지막 희망으로 제주 카카오택시만 계속 호출하며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31일 밤 11시 30분이 넘어가기에 택시 타는것을 어느정도는 포기할 수밖엔 없었습니다. 몸은 안좋아지고 숙소와는 거리가 상당한 편이라 어찌해야할지 몰라 마음이 심난했던 그 시점에 기사님이 호출을 받았습니다. 

기사님이 연말이라 가족과 함께 하려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계속된 호출이 걱정스러워 크게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길이라 콜을 받았다고 하시더라구요. 숙소까지 가는길에 정말 서울에서 보지 못한 먹색에 가까운 제주도 하늘과 풍경을 보며 안전하게 도착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내일 새벽에 성산일출봉에 갈 마음으로 기사님께 내일 새벽에 혹시 운행을 하시는지 여쭤보기도 했어요.

숙소 도착 후 어렵다면 4시에 출발하자며 부랴부랴 씻고 친구와 서로 새해 인사만 나누고 바로 잠들었습니다.



3.     식중독의 추억_제주도 응급실

새벽 4시경 친구의 부름에 소스라치게 깼습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출발하자는 부름이라고 생각했으나 사색이 되어있던 친구는 "나 너무 아파" 라고 하더라구요.

잠이 들고 한두시간이 지난 시점부터절 깨운 시점까지 구토와 설사를 계속 했다면서 처음엔 체한 건가 싶어 토하면 괜찮겠지 하다가 저녁에 마신 맥주 때문에 컨디션이 저하되어 그런가 싶어 화장실에 나와 기대어 쉬다 다시 토하고를 반복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배가 아파 견딜 수 없어 깨운 거라고 했어요. 저도 컨디션이 좋지않아 기절하듯 누워있었던지라 친구가 그리 아픈지도 몰랐습니다.

사실 맥주라고 해도 300cc 한잔을 나눠 마신게 다였어요.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보려 했던거라 그마저도 거의 마시지 않았습니다. 

복통이 심해지고 잠시도 누워있을 수 없다며 울더라구요. 저희가 있던 숙소는 김녕해변 주변의 마을인데 근처에 병원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고 실상 있다고 하더라도 1월1일 새벽 4시반이 넘어가는 시간에 문을 연 곳을 찾긴 힘들습니다. 심지어 저흰 차없이 대중교통으로 여행중이었으니 정말 눈앞이 캄캄했어요. 펜션 주인분께 연락해보았으나 주인분의 폰은 꺼져있었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30일날 미리 알아둔 근방 콜택시는 전화 연결이 안되었습니다. 친구폰으로 카카오 택시를 켜서 검색을 해보았으나 근방에 카카오 택시가 없다는 메시지만 뜨더라구요. 보통 20분 거리에 있어도 호출은 보내졌는데 1월1일 새벽에는 그마저도 없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카카오택시를 계속 실행하고 제 핸드폰으로는 근처 응급실을 검색해 보았으나 검색 결과는 거의 전무했습니다. 

친구는 점점 심해지는 복통에 힘들어했고 위액만 나온지 한참인데도 화장실 변기를 잡고있었어요. 설상가상 저도 일어나고 난뒤부터는 몸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었거든요. 도무지 답이 없어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난생 처음 119 상황실로 전화하여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 당시의 시간은 5시를 지나고 있었어요. 손에 들고있던 폰으로는 계속 카카오 택시를 호출하였으나 새해 첫날이라 택시도 잡히지 않았고  대중교통으로 여행중이라 이동 수단이 없어 눈앞이 캄캄해지더라구요. 혹시 근처 응급실을 확인 할 수 있는지 문의 했고 저희가 있던 곳에서는 30분 거리인 제주시까지 가야 응급진료를 하는 병원이 있다며 구급차를 보내주시겠다고 하더라구요. 전화를 끊고 10분도 채 되지 않아 구급대원이 도착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저희의 1월1일 첫해를 응급실에서 맞이 하였습니다. 성산일출봉에서 해뜨는 걸 보고자 출발한 여행이었으나 병원 형광등만 보다 나왔어요. 병원에서 나와 바로 택시를 타고 다시 김녕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병원에서 나온 직후엔 몸이 조금 호전되나 했으나 숙소에 도착한 후에도 복통과 어지럼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더라구요. 

저 역시 마찬가지로 몸상태가 엉망이 되어 구토와 설사 증상이 동일하게 나타났고 정말 끔찍하게 힘들었던 1월1일을 보냈습니다. 물조차 넘어가지 않았고 식은땀은 계속 났습니다. 그날은 정말 모든게 힘들었고 이 시간이 얼른 지나가기만을 기도했어요. 단지 숙소 창을 지나쳐 들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위안하며 하루를 버텨 다음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4. 카카오택시와 비행기에서의 일출

아침 7시 비행기인지라 다시 새벽 5시 부터 카카오 택시를 호출했습니다. 1월2일 새벽에도 콜택시는 안되더라구요. 서울을 생각하면 안되고 어젯밤에 미리 예약을 해뒀어야 했는데 저희 둘다 사실 하루를 견디는게 목표였던지라 예약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몸은 여전히 지치고 열이 나고 있었지만 비행기를 취소하고 싶지 않았어요. 서울에가서 병원에 가고싶다는 생각뿐이었거든요. 배당 하나 매고 간 여행인지라 준비 할것도 없었기에 간단하게 씻고 또 다시 카카오택시만 하염없이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제주도 카카오택시 기사님들은 애타게 부르면 응답해 주시더라구요. 공항 근처에 계시던 기사님이 콜을 받고 김녕까지 되돌아 와주셨습니다. 호출이 공항가는 코스인데 계속 같은 콜이 들어오는걸 보니 주변에 택시가 없는 듯해 오셨다고 하시더라구요. 진짜 너무 힘든 여행이었지만 마지막까지도 카카오택시 기사님들 덕분에 위안을 받았습니다.

기사님들이 여행자들을 많이 배려해주시고 신경써주시는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탔던 시간 중 31일 점심을 제외하곤 전부 31일 12시전, 1월1일 아침, 1월2일 새벽시간대였으나 근방에 택시가 없어 제법 먼 거리에서 호출되어도 한차례도 취소 없었습니다.  

카카오 택시 기사님 덕분에 7시 김포행 아시아나 비행기에 탔고 비행기안에서 일출을 보며 무사히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김포에 도착하니 뿌연 하늘이 가장먼저 보였으나 그래도 집에 왔다는 안도가 크더라구요. 보통 여행지에서 돌아오면 서울이 너무 싫은데 이번엔 왠지 그 반대였습니다.

7시 김포비행기에 저는 짐이 없었던지라 8시 20분엔 김포공항에서 나올 수 있었어요. 몸이 좋지않아 또 다시 택시를 타고 집으로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이던 그 많은 병원들이 이리도 반가울줄은 몰랐네요. 다시 병원에 가서 식중독 진단을 받았습니다. 

너무나 힘들고 지쳤던 제주도 여행이었지만 전 다시 제주도에 갈겁니다. 그래서 다음번엔 꼭 행복한 추억을 가지고 오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