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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으로살기/한복

[한복대여일지] 청춘한복아랑, 언제까지 청춘일 수 있지?

by 발큰신데렐라 2026. 7. 13.

내가 원하는 대여한복의 기준은 명확하다.

화려해야 한다.
내 돈 주고 안 사 입을 옷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입고 싶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충족하려면, 내 기준에서는 청춘한복아랑의 대여가 가장 좋았다.

다만 이름이 ‘청춘한복아랑’이라, 잠깐 그런 생각은 했다.
청춘이 인생의 봄이라면, 나는 이제 늦여름쯤인가. 가을이라고 하기엔 아직 덜 깊어진 것 같고, 봄이라고 하기엔 조금 멀리 온 것 같고.

근데 하필 한복을 대여하러 갔던 때도 늘 가을이었다.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대여는 했다.

이 한복을 대여하기 전, 친구들과 전주에 간 적이 있다. 그때는 당시 유행하던 갈래치마 드레스 형태의 한복을 빌렸다. 그리고 처참하게 망했다. 물론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사진은 괜찮게 나오긴 했지만

한복을 입으려면 되도록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깔끔하게 올리는 게 좋다. 한복 자체가 화려한 옷이라 머리와 얼굴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조금 어수선해 보인다.

그런데 전주에서 해주신 올림머리는 우리에게 조금 과했다. 사실 우리는 나오자마자 전부 빼서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나중에 돌려드렸다. 지금은 그렇게 해주시지 않을 것 같긴 하다. 신부머리도 아니고, 그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었다. 

이후 친구들과 서울에서 다시 한복을 대여했다. 이번에도 갈래치마 드레스 형태의 한복이었다.

날씨는 진짜 별로였지만, 확실히 한복은 더 화사했다. 머리도 전보다 훨씬 단정했다. 너무 과하지 않고, 한복과 어울릴 정도로만 정리된 느낌이었다. 물론 이건 한복집마다의 특성이기 때문에 지역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격도 사실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그래도 차이는 분명했다. 전주에서는 우리가 입고 반납하면 바로 다음 사람이 대여해야 한다고 해서 짧은 시간만 빌릴 수 있었다. 반면 아랑한복은 입고 반납하면 바로 세탁으로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처음 대여했을 때부터 옷이 보송보송했다.

대여한복에서 이 부분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예쁜 옷이어도 입었을 때 눅눅하거나 낡은 느낌이 나면 기분이 조금 식는다. 특히 한복처럼 사진을 남기려고 입는 옷은 더 그렇다. 색감과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옷이 깨끗하고 잘 관리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지금 보면 이 사진들도 꽤 지난 사진이라, 요즘은 이런 스타일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유행도 바뀌었고, 한복 대여 스타일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래도 기억에 남겨두고 싶었다. 지나간 취향이라도, 그때는 분명히 좋아했던 것들이니까.

내 기준에서 대여한복은 평소에 살 수 있는 무난한 옷이면 재미가 없다. 어차피 하루 입고 사진으로 남길 옷이라면, 조금 과해도 되고, 평소의 나와 달라도 되고, 내 돈 주고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옷이어도 된다.

대여한복은 내 돈 주고 사 입기엔 부담스럽지만, 하루쯤은 기꺼이 입어보고 싶은 옷에 가깝다.
그 약간의 과함과 비일상성이야말로 대여한복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동안 매년 봄과 가을마다 한복을 대여해 입었는데, 그동안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늦게나마 예전 기록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기록은 남겨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그러기 위한 블로그는 한참 방치해두었다.

어쩌면 그 시간은 블로그뿐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 방치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